0. Tick... Tick...

시계소리는 보통 긴장감, 그리고 아슬아슬함을 떠오르게 한다.
극중 이 시계소리는 조용히 들리다가도, 점점 재촉하듯 크게 들리는등, 심리를 자극한다.
째깍, 째깍. 누구나 시간과 경쟁하는 순간을 겪기 마련이다.
마치 시험 2주 전 겨우 80% 맞춰두고 남은 수업들 몰아 듣던 나처럼.
1. 꽉 들어찬 8비트, 학기가 끝났다!
컴퓨터의 이해 수업 하나를 빼먹어서 99%로 끝나긴 했지만, 아무튼 학기가 끝났다.
성적은 아직이지만, 대충 유추해보니 B의 향연 속에 숨어있는 A와 C.
그래도 급하게 짐 싸서 대전 내려오고 컴퓨터 망가져서 폰으로 공부한 거 치고 이정도면 선방했다는 느낌.
과목별로 한줄씩 후기를 정리해보자면
- 컴퓨터의 이해: 깊게면 한없이 깊게 갈 수 있지만 간단하게 컴퓨터에 대한 교양이라 그닥 어렵지 않았던, 개론의 개론
- 파이썬 프로그래밍 기초: 새로 찍은 강의이기도 하고, 교수님이 정말 의욕을 가득가득 담아서 만든 티가 확 났다.
- 데이터베이스시스템: 시험은 정말 잘봤는데 중간대체시험에서 점수를 왕창 깎아먹어서 알파벳이 하나 바뀐 그 과목.
- 이산수학: 손진곤 교수님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하셔서 나로써는 1학기의 한정판 수업. 수학에 대한 열정도 느껴지고, 되도록이면 쉽게 쉽게 가르치시려는 게 보여서 한 주에 다른 과목 3개 정도의 시간을 따로 빼둘 정도였다.
- 컴퓨터 보안: 교수님이 도식과 함께 설명해주셔서 집중만 하면 정말 유익했던 시간. 정보처리기사 시험의 보안 쪽은 이 수업을 토대로 개념을 다시 잡기 참 좋은 느낌이다.
- 소프트웨어 공학: 다 좋은데 교수님이... 약간 그 과시다. 잠 오는 계열의 그 과. 강의는 틀어뒀지만 나중에 워크북으로 따로 공부했다.
2. Code in Place 완주

Code in Place를 결국 완주했다.
Certificate는 나중에 나오겠지만, 한 줄 쓸 수 있는 무언가는 얻었다.
간만에 방치해두고 있던 영어도 쓸 겸 신청했었는데 이래저래 도움이 되었었다.
무엇보다도 영어로 어떻게 코딩을 가르치는지 접해볼 수 있었던 귀한 경험이 되었다.
방송대보다 좀 더 '공동체'라는 개념을 심으려 노력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월요일 아침마다 라이브 여는 교수님이라던가, 같이 문제 푸는 방을 줌으로 만든다거나.
이런 건 좀 학교에서 따라해도 괜찮지 않나...?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지.
여기는 파이널 프로젝트를 보통 내게 되어있는데,
어떤 걸 할까 고민하다, 시험공부도 남아있었고 시간도 정말 없었어서 (...) AI가 랜덤으로 단어를 골라서 시작하는 wordle을 만들었다.
터미널에서 바로 플레이 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사 + 입사가 겹쳐서 + 컴퓨터 고장나서 서울 올라가 있던 하루 안에 만들어야 했다. 정말 뭘 할 시간이 없었다!)
해보는 곳은 여기
https://codeinplace.stanford.edu/cip6/share/CCaIq8P24SyNHtI3AzIP
구글 스터디잼은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이것저것 겹치며 이건 좀 건성건성 들었다.
다른 거 할 게 너무 많았어서 (...) 미루고 미루다 보니 결국은 핸즈온 세션 3개를 꼬박꼬박 들었다.
이번 학기엔 뭘 많이 벌렸었는데, 구글 스터디잼에 이르러서는 정말 캐퍼시티 초과라는 게 느껴졌었다.
3. 입사
그리고 스케쥴이 터져나가던 내 5, 6월 일정의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던 게 바로 입사였다.
사전교육도 빡세게 듣고, 입사일에서 일주일도 안남은 시간에 통보를 받고, 대전 쪽에 있어서 이사 준비하고 새로 적응하고 하다보니 시간은 훅 가는데, 훅 가는 만큼 바로 시험이 다가왔다.
그래서 입사한 뒤에 뭐했냐면 오랜만에 리눅스 다시 잡아보고, 정말 빅-한 데이터들을 만지고 있고, 앞으로도 만져볼 예정이다.
파이썬을 정말 신나게 만지고 있다. 연구 과정도 쭉 따라가는... 여정이 될 거 같은데 벌써부터 모델 설계하고 머리가 아파오고 있다.
4. 정처기 공부
22일부터 2차 정처기 실기 신청이니, 다시 또 정처기 공부도 다시 잡아봐야 한다. 그래도 학교 수업에서 이것저것 좀 해둬서 마음이 조금 놓인달까. 성장일지 처음 시작할 때 분명 6개월 안의 목표였는데, 음... 3월인가에 썼으니 아직 목표로는 유효하겠지.
... 금년 안에는 어떻게든 따내야지.
5. 대전 생활
고향은 외국이고, 한국와서 가장 먼저 살던 곳이 대전이었다.
신기한 게 서울 올라가서 생활하는 동안 지리나 지명 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지나다니다보니 슥슥 머리 속 한 구석에서 다시 익숙한 단어들이 살아나더라. 그래서 남들보다 더 빠르게 익숙해진 거 같다.
지금 거주하는 방도 그렇지만, 대전은 원래 버스가 더 유용한 수단이긴 했었다. 문제는 버스가 간혹 30분에 한대 오거나, 15분에 한대 오거나 하는, 서울 사람들이 들으면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요?'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그래서 요새 타는 게 자전거다.
타슈라는 대전시에서 운영하는 공유자전거가 있는데, 1시간 안쪽으로 빌리면 공짜.
배터리가 없다던가,
출근시간만 되면 이미 다 회사 근처로 옹기종기 몰려가서 자전거 찾기가 힘들다는 사소한 문제점이 있다거나,
그래서 본의아니게 카카오 자전거를 더 많이 타게 된다거나
... 아무튼 도시 자체는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가 참 편하게 되어있었다.
서울에 비하면 자전거도로도 잘 되어있어서, 단차도 적고, 급경사도 적어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가 정말정말 편하다.
시험 때문에 서울 올라갔다가 자전거 도로 보고 '아이고 이렇게나 졸렬할 수가' 같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자전가 타고 냉면 먹으러 연구단지를 횡단하거나, 둔산까지 자전거 끌고 나간다거나 하면서 즐기는중.
대전 살 때 학교에서 매번 체험학습으로 가던 한빛탑도 자전거 타고 슝하고 다녀와봤다.
덕분에 엑스포다리는 사실 맥도날드에서 만든 거라는 외지인 상대의 장난에 안걸려들 수 있었다.
성심당을 자주들 물어보시는데, 이미 동네 빵집 느낌이라 잘 안가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지점이 당장 자전거타고 15~20분 거리이기도 하고.
6. 토이프로젝트
이런 상황이니 서버도 굴릴수 있나하면 절대로 아니다. 중간에 노트북도 맛이 가는 상황이 맞이하다보니 개발은 거의 회사에서만 하고 있는 상황이고, 방에선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주말에 시험치러 올라갈 때마다 몰아서 후다닥 하곤 하는데, 꽤 난감한 요청이 왔었다.
VKOSPI도 넣어주세요 (한국형 공포지수)
이게 그... KRX에서만 다루는 데이터라 API가 딱히 없고, 계산 하기도 당장 하루만에 구현하기는 어려워서, 이것저것 시도하다 일단 그냥 내려왔는데, 결국 결론은 KRX에서 열어주는 데이터마켓 통해서 받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지더라.
좀 여유가 생겨야 개발도 마저 할 텐데, 일단은 돈 모아서 이 노트북부터 바꾸든지 해야지...
7. BOOM!
They're singing Happy Birthday
You just want to lay down and cry
Not just another birthday
It's 30/90
뮤지컬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전설적인 작품을 쓰려 하지만, 하릴 없이 30살이 되었다는 것이 존의 상황이었다.
째깍이는 시계소리는 존 스스로가 설정해둔 제약이고, 조바심이었지만, 결국 나중에 시계소리로부터 해방된다.
무엇인가가, 펑하고 터지는 순간은 무언가 부서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함도 가져다 준다.
Rent에서의 Roger 역시 'One song glory'라는 곡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듯, 작중에서 존은 결국 작품을 완성하고, 일종의 해방을 겪는다.
로저와 다른 점은, 존은 방황한 끝에 작품을 하나 끝내고, 한 사이클을 돌았다는 것이다.
회사 다닐 때 늘 하던, 그리고 으레 나도 듣던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는 두가지 작가가 존재한다고, 마감을 안지키는 작가와, 마감을 지키는 작가.
한 사이클을 돌려본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
마감이라는 제한이 생기고, 그 안에서 트레이드 오프를 해야 한다.
최소는 빠르고 가볍지만 값을 절하당하기 마련이고,
최대는 모두가 좋아하겠지만 그만한 시간과 자원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최대와 최소 사이의 '최적'을, 시간이라는 조건 앞에서 늘 트레이드 오프 해야 하는 게 되는 거다.
펑 하고 터지는 순간은 무언가 부서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함도 가져다준다.
이번 학기는 유독 바쁘게 보냈던 것 같다.
학교 강의에, 과외 강의 2개에, 중간에 입사가 결정되어 사전교육까지.
수학 개념 제대로 잡아보겠다며 이산수학 전에 수학 강의도 하나 더 듣고, 토이프로젝트도 돌려보고.
무조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특히 성적이.
그래도 '이렇게 바쁜 와중이니 C까지는 내려가지 말자, B라도 사수하자'는 목표를 세웠고, 수학 빼곤 완수했다.
일본학과는 쉬운 게 많아 여유가 있었는데, CS과 오니 여긴 또 어려운 것투성이다.
그래도 그 난리 속에서 한 사이클을 완주해냈다. 어찌 됐든 한 바퀴를 돌았다는 게 어디야.
사실 너무 고생해서, 다음 학기는 좀 편하게 갈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가령, 6과목을 다 듣지는 말까, 같이.
'직장에서도 배울 게 산더민데 이 와중에 6과목을, 그것도 전부?'라는 생각이 반,
'그래도 이걸 빨리 끝내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지'라는 생각이 반이다.
아무튼 이제 방학이고, 조만간 교내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도 온다.
이것도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든 해봐야 할 거 같다.
아참, 제목 스타일을 바꿨는데, 단순히 8비트 운운하며 '1바이트가 찼다!' 하면 지루하고 현학적이니, 좀 더 활동적이고 임팩트 넘치는 Tick Tick BOOM!을 제목으로 잡아봤다. 겸사겸사 숫자 놀음에서 좀 탈피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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